
[슬기로운 교수생활] 정선영 교수 인터뷰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홍보대사 파람은 교수님들을 인터뷰하는 슬기로운 교수 생활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에서 임상약학을 전공하고, 약물요법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는 정선영 교수님과 함께했다.
▶ 연구실에서 자료를 준비하는 정선영 교수
Q1. 안녕하세요 교수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5학년 약물치료학과 기초약무실습, 의약품 정보학 선택과목을 강의하는 정선영 교수입니다. DUR, 메디케이션 에러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저는 주로 약물감시/약물역학과 임상역학, real world data(RWD) 기반의 약물 안전성 검사 및 효과 평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가면역질환이나 면역 저하 환자군, 노인 및 임산부 대상의 의약품 안전성 연구를 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Q2. 약학 연구자로서 지금의 자리까지 오시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오셨는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학부 시절 약사로서 ‘의약품 안전 사용’에 기여하겠다는 희망을 품었고, ‘다수 환자들이 약을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어 공직이나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며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당시 약대에 population health를 연구하는 연구실이 없어 의대 예방의학교실에 진학해 약물역학을 전공했고, 이때 한국 의약품 부작용 보고의 실무와 자료분석, DUR 기준 수립과 모니터링, 약물 안전성 평가를 위한 환자 대조군, 코호트 연구 등을 수행했습니다.
2009년 박사 수료 후에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의료 기술의 성과 분석을 연구했고, 태반주사, 라식 수술, 항우울제의 효과나 안전성 평가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2012년에는 식약처 산하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설립될 때, 약물역학팀장을 맡아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역학조사, 빅데이터 기반의 안전성 평가 연구를 수행했고, 2017년 3월부터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으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Q3. 교수님께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빅데이터 활용 전문위원으로 활동하신 경험이 있으신데요. 보건의료 빅데이터가 약물역학이나 의약품 안전관리 연구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가진 건강보험 청구 자료, 병원의 HER 자료, 특정 질환자들에 대한 환자 등록 자료 등 다양한 자료를 포괄하는 용어입니다. 빅데이터가 의약품 안전관리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은 약이 시판된 이후에 임상시험에서는 불확실성이 남아있거나 알려져 있지 않던 안전성 문제를 밝혀내는 분야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 세계적인 블록버스터였던 COX-2 억제제 ‘rofecoxib’의 시판철회 사례가 있습니다. Rofecoxib는 NSAIDs의 COX-1 작용에 의한 위장관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개발된 COX-2 저해제인데요, 이 약물은 임상시험에서는 위장관계 부작용이 적다는 점은 확인되었지만 심혈관계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를 평가하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에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한 연구가 수행되었습니다. 연구진은 COX-2 억제제 사용군과 다른 NSAIDs 사용군을 비교하는 코호트를 구성했습니다. 그 결과 COX-2 억제제 사용군에서 심근경색증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약물은 전 세계적으로 시판이 철회되었습니다.
최근에는 RWD를 이용하여서 약의 허가, 적응증 확장에 활용하는 것도 많이 시도되고 있고, 미국이나 유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RWD를 이용한 안전성 평가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고 있어서, 학술적 연구로서뿐만 아니라 허가나 급여결정과 관련된 제약 실무현장에서도 수행되어야 할 분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Q4. 교수님께서 참여하신 ARDS 환자에서 덱사메타손 사용과 사망률 관련 연구가 있었는데요, 이 연구의 핵심 내용을 약대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 연구는 중앙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님과 지금까지도 함께 지속 연구하고 있는 주제입니다.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에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이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보고도 있지만, 오히려 잠재적인 위험도 증가 문제제기가 있어 계속해서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 특히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서는, 2009년 H1N1 인플루엔자 사태 때에는 스테로이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코로나19에서는 도움이 된다는 사례 보고도 있었습니다.
이에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세 가지 코호트를 구성했습니다.
① 비바이러스성 ARDS 환자
② H1N1 감염에 의한 ARDS 환자
③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ARDS 환자
연구팀은 이 세 코호트에서 스테로이드 사용 여부에 따른 6개월 생존율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는 각 코호트마다 차이가 뚜렷했습니다. Non-viral ARDS에서는 스테로이드가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나타났으나, H1N1 ARDS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COVID-19 ARDS에서는 오히려 사망률이 증가했으며, 특히 약제별 차이가 두드러졌습니다. 즉 methylprednisolone은 위험도 증가를 보이고 dexamethasone는 보호 효과를 보였습니다. 이 분석은 임상현장에서 직접 참고가 가능한 중재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연구 결과가 좋은 저널에 게재될 수 있었습니다.
Q5.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 근무하실 때 가장 핵심적으로 담당하셨던 업무는 무엇이었나요? 또한 현장에서 느끼신 안전성 평가의 최신 트렌드나 변화가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얼마 전에 손수정 원장님 인터뷰한 영상도 보게 됐는데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는 식약처가 의약품 안전성에 관련한 정책적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 필요한 안전성 근거를 생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약물역학팀에서는 의약품 부작용 신고 건 중에서 사망 등 중대한 이상 사례를 상세하게 평가하고, 부작용 사례에 대한 현장 조사가 필요할 경우에는 의무기록 검토, 환자·보호자 인터뷰 등을 포함한 약물역학 조사를 수행했습니다. 또한 건강보험 청구 자료나 의무기록 기반 빅데이터를 활용한 안전성 평가 연구도 병행했습니다.
최근 가장 큰 변화는 약물감시와 안전성 평가 분야에 대한 인지도가 증가했고, RWD/RWE 기반의 평가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의 AI 활용도 증가되는 추세라는 점입니다.
Q6. 임상약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요즘, 예비 약사들이 학생 시절부터 어떤 준비를 해두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의약품을 ’물질‘로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약품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환자를 위해 정확히 복약지도하고 처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사들이 약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근거 기반 약학’에 대한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기를 바라며, 새로운 근거들이 발표될 때 빠르게 이해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임상적 추론을 훈련하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훈련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상약사의 경우 다른 보건의료 인력들과 한 팀으로서 커뮤니케이션하고, 환자 및 보호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연구자로 활동하는 경우에도 화학, 생물뿐만 아니라 공학, 통계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업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Q7. 약학도를 위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내가 가진 약학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여, 궁극적으로 환자 건강에 기여하는 사람이라는 소명 의식, 윤리 의식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상 약사뿐만 아니라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자, 제약 분야의 약사, 공직 약사 등 모든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해요.
Q8. 교수로 재직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졸업생들이 학회나 외부 교육에서 인사해 줄 때, 학부 때 들었던 내용을 현장에서 사용하고, 또 실제로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야기해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 어엿하게 약사로, 연구자로 성장하여 사회로 진출한 후에, 같은 테이블에서 동료로 만나 일할 때, 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Q9. 학창 시절 기억에 남는 특별한 추억이나 경험이 있으신가요?
대학 시절 사진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직접 사진을 찍고 인화하는 것까지 진행했었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또다른 경험이라 즐거웠던 것 같아요. 또 방학마다 장기로 출사 여행을 갔던 일, 전시회를 준비하던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막 학년 때 동기들끼리 모여 약사고시를 준비하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걸 다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힘들었지만 좋은 추억이 된 것 같아요.
Q10. 마지막으로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제가 평소에 학생들에게 다양한 것들을 해보라고 조언을 해주는데, 우리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하는 것 같아요. 충분히 잘 하고 있으니까, 주위 학우들과 비교하며 더 많은 스펙을 쌓아야 하는 것 아닌지 많은 부담과 조바심을 가지지는 마시고, 중앙대 약학대학 학생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즐겁게 생활하시면 좋겠습니다. 또, 학생 시절 할 수 있는 추억을 충분히 쌓기를 바랍니다. 특히 졸업 후에는 약사 직군이 아닌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생 시절에는 약대 밖 다양한 전공 친구들과 폭넓게 교류해보기를 권합니다.
진로 관련해서도 고민이 많이 되실텐데요. 저의 경우 학부 시절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기관들에서 일하게 되었고, 처음에는 교수의 길을 생각하지 않았지만 학교에서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세계는 또 다른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므로 본인이 좋아하는 것, 앞으로 하고 싶은 분야를 정하셔서 꾸준히 활동하다 보면 본인만의 길을 열어가실 것이라 기대합니다.
바쁘신 중에도 인터뷰를 마치며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신 정선영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이어지는 슬기로운 교수 생활 시리즈에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 인터뷰에 참여하는 정선영 교수
취재/Pharam 3기 지승헌 (약학부 3학년)
Pharam 3기 박정민 (약학부 2학년)